겨울 막바지가 되면서 추위가 가시는가 싶더니 추운듯 안추운듯 추운 추위가 찾아왔다. 겨울의 추위는 전체적인 공기가 추운반면 봄의 추위는 따듯한 배경 가운데 추운 공기와 바람으로 추위가 더 잘 느껴지는 추위다. 온전히 추위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추위다. 꽃샘추위라고 부르는 것이다.
꽃샘추위는 초봄에 잠시 따뜻했다가 마치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이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아 꽃샘추위라고 부른다. 나는 한 번 더 혹독한 겨울을 기억하고 봄을 맞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봄날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혹독한 겨울을 잘 보낸 것에 대한 감사인사, 잠시동안의 따뜻하고 화사한 시간, 다음 번의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한 원동력 따뜻한 추억이다.
봄을 알리는 또 다른 신호로는 봄비가 있다. 계절이 변하면 사람들은 알게모르게 몸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갑자기 찾아오는 봄비는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변화를 일으킨다. 때문에 봄비가 내리면 마음이 일렁이기도 한다.
날은 풀려가는데 마음이 아직 꽁꽁 얼어붙은 상태라면 봄비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봄의 따뜻함이, 벚꽃의 화사함이 더 싫어지고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꼭 봄을 기분좋게 맞이 할 필요는 없다. 올라오는 감정을 마음껏 느끼면 된다. 감정은 느끼라고 있는 것이며 충분히 느껴주면 소멸된다. 다만 매몰되지는 말아야 한다. 감정을 느끼는 나와 그를 지켜봐주는 내가 각각 있으면 된다.